담백한 일상과 위로를 담은 그림, 타바코북스 기탁
그림으로 남긴 담백한 일상의 편린
타바코북스의 작품에는 작은 위로와 계절의 향기가 배어 있다. 약간의 담배 냄새도 함께. 고단한 일상 속 담배 한 개비가 주는 위로에 기대는 사람들. 기탁 작가가 그리는 우리의 삶은 찬연한 여름 태양 빛 아래에서 영원할 것처럼 반짝이다가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한없이 움츠러들어 목도리만큼의 작은 위로가 필요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 직장을 다니다가 1인 출판 레이블인 타바코북스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8년여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작업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세점들’이라는 이름으로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앨범 아트 콘셉트의 간행물을 만들어 독립 서점인 더폴락(The Pollack)에 입고했죠. 친구들 덕분에 무사히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서점에서 아트북 페어 참가를 독려해 주시더라고요. 지금처럼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린다면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그다음 해인 2017년 ‘부산 아트북 페어’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타바코북스 활동을 시작했죠.
타바코북스라는 출판사명에도 ‘담배(타바코, タバコ)’가 들어가고, 그림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담배를 태우고 있어요. 담배가 작가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처음 북 페어에 참여할 때 제작한 책이 <여름을 태우는 책>이에요. 저처럼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들을 그렸는데, 이들이 감정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담배예요. 이 책을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출판사 이름도 타바코북스가 됐어요. 작품마다 담배를 태우는 인물이 계속 등장하니 어느새 타바코북스의 시그너처이자 분위기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작품의 배경이 대부분 1980~1990년대라 현재보다 과거를 떠올리게 해요. 그 시절의 어떤 감성이 작가님을 매료시키는지 궁금해요.
1980~1990년대의 가전과 디자인, 아트워크를 좋아해요. 소품도 하나씩 모으고 있는데, 좋아하는 걸 그리다 보니 그 시대 분위기가 자연스레 스며든 듯해요. 시티팝을 좋아하는 분들이 비슷한 결로 타바코북스의 작품을 많이 좋아해주시지만, 사실 시티팝 특유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표현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오히려 저는 잔잔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그림에 담으려고 해요.
시티팝보단 키린지(Kirinji), 패리스 매치(Paris Match), 프리템포(Free Tempo) 등 일본 밴드 음악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일본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담긴 영화와 영상, 담백한 밴드 음악들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에요.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보면 그 멜로디와 어울리는 찰나의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그 상상을 기반으로 가상의 레코드판 커버를 제작했죠. 그 작품들 덕분에 국내 밴드 ‘참깨와 솜사탕’부터 일본 밴드 ‘램프(LAMP)’ 내한 공연 포스터, 이와이 슌지(Iwai Shunji) 감독의 <라스트 레터(Last Letter)>(2021) 굿즈 작업까지 맡게 됐죠. 제가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걸 그렸을 뿐인데 이렇게 ‘성덕’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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