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SPRING", 현대백화점 인스타그램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오블리크 플라워의 김영신 플로리스트가 작업한 플라워 아트 워크의 이야기인데요. 팬지, 벚꽃, 목련, 스위트피, 무스카리, 산수유 등 꽃과 나무의 싱그러운 색감과 형태를 그대로 살린 플라워 스타일링이 돋보입니다. 다양한 식물 각각의 특색을 고려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작업은 보기만 해도 봄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듯해요. 국내 유수의 패션 매거진과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플로리스트 중 한 명이자, 자신만의 방식과 독특한 개성으로 변주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녀를 파란 타일로 가득한 작업실에서 만났습니다. 현대백화점 인스타그램 키워드 플라워 작업 과정과 그녀와 나눈 대화를 공개합니다.
Q 현대백화점과 함께 'HELLO SPRING' 키워드를 다양한 꽃으로 작업하셨는데요. 작업 과정과 사용한 꽃 종류가 궁금해요.
봄을 표현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봄 꽃을 다채롭게 활용했어요. 팬지, 목련, 러넌큘러스, 시클라멘, 무스카리, 알륨, 벚꽃, 산수유, 스위트피, 미모사, 스카비오사. 재료가 될만한 봄 꽃들을 넉넉하게 준비한 다음 텍스트 모양에 가장 어울리는 특색을 지닌 꽃을 골라냈어요.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손질해 한 획 한 획 모양을 만들었죠. 최대한 꽃 본연 그대로의 형태를 살리려고 노력했고요. 그렇게 하나의 알파벳이 완성되면 또 다른 알파벳과 잘 조화가 될 수 있게 신경 써서 배치했답니다.
Q 'HELLO SPRING' 텍스트를 꽃으로 표현하는 데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이니셜 획 모양과 최대한 닮아 있는 꽃을 골라내는 작업이 포인트인 듯해요. 예를 들어 'Y'를 구현하기 위해 몇 배로 준비한 꽃들 중 겨우 하나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i'의 꼬불꼬불한 모양이 스프링을 연상시키는데, '스프링'이 봄을 뜻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중의적인 재미도 담았고요. 획 마다 색채가 겹치지 않고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어요. 본래 형태의 꽃에 숨겨진 모양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Q 플로리스트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공인 산업공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떠나려고 준비하던 중 남은 시간을 생산성 있게 활용하고 싶어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꽃이었어요. 영국을 대표하는 플로리스트 제인 패커 플라워 스쿨에서 전문과 과정을 이수했어요. 처음부터 플로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다 보니 마음대로 꽃을 만들었는데요. 꽃에 대한 선입견 없었던 덕분인지 색다른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고, 제 꽃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생겼죠. 그렇게 꽃의 매력에 빠져 유학을 포기하게 되었어요.
Q '오블리크 플라워 디자인'의 '오블리크'가 지닌 뜻이 궁금해요.
지금은 없어진 모교 앞에 있던 카페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대학생 시절 과제를 하기 위해 자주 가던 카페였죠. 제가 꽃을 배울 당시 영국풍과 프랑스풍의 스타일이 대세였어요. 꽃을 프랑스 식으로 배운 사람은 불어로, 영국 식으로 배운 사람은 영어로 브랜드 이름을 짓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오블리크(Oblique)'는 불어와 영어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데다 '비스듬한, 사선의'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마음에 들었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제가 만들고자 하는 꽃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는 이름이기도 하고요.
Q SNS 프로필에 "꽃을 만지는 사람이지만 꽃이 저의 전부는 아니예요. 그래서 저도 혼란스러워요"라고 소개한 걸 봤어요. 꽃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이유가 궁금해요.
패션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잡지사 에디터를 1년 반 정도 했다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 맞지 않아서 그만두게 됐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잘하는 일을 해야지 좋아하는 일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직업이 두 번 바뀐 것처럼 어느 날 다른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패셔너블한 감각이 필요한 꽃 작업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것처럼요.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대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실내외 조경과 식물 스타일링, 아트워크까지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가장 인상에 남거나 즐거웠던 작업이 어떤 건가요?
특별히 하나를 꼽기 어려울 만큼 다 인상적이에요. 이번 현대백화점의 작업의 경우 개인이 아닌 브랜드에서 문구를 작업해달라고 한 적은 처음이라 색다르게 다가왔고요.
Q 작업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처음 꽃을 시작했을 때 특정 플로리스트 작업을 따라하는 게 싫어서 17~18세기 더치 페인팅을 많이 봤어요. 제 꽃이 그저 예쁘기만 하기보다는 정물 같은 느낌을 살리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제주를 다녀온 다음부터 작업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제주의 광야를 보면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들꽃을 많이 사용하게 됐어요. 런던의 엄격한 스타일의 꽃을 배웠지만 사실 거기에 자연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잖아요. 꽃이 자라는 방향을 제주의 자연에서 배웠고, 꽃의 색감은 패션 브랜드 컬렉션과 패션 트렌드에서 영감을 받았죠.
Q 플라워 작업이 보기와는 달리 몸을 많이 사용해 힘든 작업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어떠세요?
꽃을 다루다 보니 마냥 아름다운 작업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손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나거나 식물 물이 지워지지 않는 게 일상이죠. 손을 보호하려고 반지를 끼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미팅할 때 글씨를 써야 하는데 작업으로 엉망이 된 손을 보여주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그때부터 반지를 하나 둘 끼기 시작했고 지금은 익숙해져서 작업하기 한결 편해졌어요.
Q 봄을 맞아 집 안에 들여놓으면 좋은 식물을 몇 가지 추천해주세요. 식물을 집 안에 들이려는 이들에게 조언도 해주신다면?
봄 구근 식물인 무스카리와 히아신스를 추천해요. 초보자들이 키우기도 쉬운 편이죠. 우스개 소리 같겠지만, 추억의 만화 '캡틴플래닛'에서 언급했던 '땅 불 바람 물 마음'을 염두하고 키워야 해요. 그렇게 키운 식물이 죽어도 크게 상처받지 말고 계속 시도를 하셨음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영국의 디자인 전문 출판사 파이던(Phaidon)에서 전 세계 86명의 플로리스트를 소개하는 <블룸(Blooms)>이라는 책을 3월에 출간했어요. 한국인은 총 3명이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저 뿐인데요. 두 페이지 분량이긴 하지만 평소 존경하는 플로리스트들과 한 책에 실리게 되어 영광이에요. 나이키 러닝화에 꽃을 세팅한 작업과 고 백남준 선생님의 샹들리에 작품 'Video Chandelier no.5'에 식물을 장식한 작업 두 가지가 실렸죠.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많은 꽃 작업을 하고 싶어요.
"꽃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자유로운 가치관에서 엿볼 수 있듯,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남다른 디자인의 꽃을 선보이는 오블리크 플라워의 플로리스트 김영신. 그녀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플라워 아트 작업을 보고 싶다면 현대백화점 공식 인스타그램(@the_hyundai)을 방문해보시길!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현대백화점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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