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마음이 만든 빵
얇은 피에 속이 가득 찬 빵. 제 모습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변하지 않는 맛으로 60년의 세월을 묵묵히 이어왔다.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로 시작한 삼송빵집은 현재 삼송BNC 법인 브랜드를 통해 전국에 삼송빵집이라는 지역 제과의 빵 맛과 가치를 알리고 있다. 삼송빵집은 빵이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지역 제과점의 가능성과 역량을 넓혀왔다. 지금도 삼송빵집 고유의 레시피와 맛을 고수하며 본질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때론 부드럽고 유연한 자세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성욱 대표가 3대째 운영하고 있는 삼송빵집은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는데요, 삼송빵집을 개점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삼송빵집의 전신인 삼송제과를 남문시장에서 총 다섯 가지 메뉴로 시작하셨어요.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피란 와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지내다가 대구에 정착하셨죠. 특별한 제과 기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빵을 만들던 친척 어른의 도움을 받으셨다고 해요. 아버지 역시 중학교 졸업 후 바로 빵을 배우기 시작하셨고요.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김영모제과, 런던제과, 뉴욕제과, 스텔라제과 등이 모두 그 즈음에 대구에서 시작한 제과점이에요. 오래된 대구의 제과점이 많이 사라지고 몇 남지 않은 곳 중 하나가 저희 삼송빵집이죠. 두 차례 이전을 했는데, 처음 대구 남문시장에서 서문시장으로, 서문시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지금의 동성로 본점으로 옮겨 와 자리잡게 됐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가업으로 이어가시던 삼송빵집에 얽힌 추억이 많을 듯한데요.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왔고, 제가 장남이라 빵 만드는 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와야 했어요. 제가 초·중·고생일 때, 그러니까 삼송빵집이 한창 잘될 때는 제일 싫은 날이 크리스마스였어요. 일하시던 분들은 일주일간 집에도 못 가고 주변에 여인숙을 잡아 빵이며 케이크를 하루에 몇 천 개씩 만들었죠. 12월이면 다른 이에겐 축제의 달인데, 우리 집은 쉬지 않고 정신없이 빵과 케이크를 만드느라 일만 하는 달이었어요. 돌아보면 그 시절이 힘들긴 했어도 참 좋았구나 싶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 통옥수수빵은 박성욱 대표가 고심 끝에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통옥수수빵을 만들게 된 배경과 제조 과정이 궁금합니다.
통옥수수빵이라는 빵 자체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85년쯤일 거예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통옥수수빵을 삼송빵집만의 방식으로 레시피를 몇 차례 수정해 지금의 맛과 형태를 완성했죠. 전통의 맛은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미세한 변화와 시도를 거쳤고, 앞으로도 통옥수수빵만큼은 삼송빵집의 대표 빵으로서 철저히 관리할 계획입니다. 일반적인 통옥수수빵은 속을 야채로 채우는데, 당시 저희는 이미 야채고로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달라야 했어요.
통옥수수빵은 그래서 조금 더 프레시하게 가보자는 생각이었죠. 옥수수, 치즈, 마요네즈 등 어울릴 만한 식자재를 사용해 만들어보다가 최적의 비율을 찾아냈어요. 빵 속 가득 들어 알알이 씹히는 통옥수수와 잘 어우러지는 특제 소스, 토핑도 통옥수수빵의 맛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제 소스는 여러 재료를 잘 배합해 우리가 생각하는 최상의 이상적인 맛이 날 수 있도록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더불어 빵 위에 올린 토핑은 과자 타입과 크림 타입의 중간 질감으로 맛이 달콤해 빵의 속재료와 좋은 궁합을 만들어내죠.
가장 좋아하는 빵을 소개한다면요?
단연 단팥빵입니다. 팥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팥소를 직접 만들었어요. 팥을 삶아서 설탕, 물과 함께 솥에 대여섯 시간 끓여냈는데 제가 나무 주걱으로 그걸 계속 저었어요. 특히 옛날에 근로자의날에는 공장 단지 같은 곳에서 단팥빵 주문이 몇천 개씩 들어왔는데, 그런 추억이 있어서인지 제게는 개인적으로 더 애정이 가는 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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