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방학을 맞아 특별한 시간을 계획하고 있거나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은 분들이라면 제 2회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Un-printed Ideas》展을 주목해주세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담겨있지만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못한 그림책 이야기를 찾고자 공모전을 진행했는데요.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Un-printed Ideas》 전시가 바로 그 결과물! 2017년 첫 번째 전시에 이어 두 번째 전시가 2019년 12월 19일(목)부터 2020년 3월 8일(일)까지 열리고 있어요. 이는 지난 1년간의 준비 과정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가 11명의 자유로운 상상과 사유가 담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죠.
이번 전시는 '자유 주제', '글이 없는 그림책', '친구', '책의 본질' 등 네 가지 주제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섹션 1에서는 시각적 단서로, 섹션 2에서는 청각적 단서를 따라 '보물찾기'하듯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데요. 한 권의 더미북이 탄생하기까지의 작업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과 연계된 체험 활동들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을 더욱 즐겁게 경험할 수 있답니다. 그림책이 어떻게 완성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인 셈!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참여로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해요. 11명의 작가의 작품 중 2개 작품의 출판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 이 최종 두 작품은 관람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요. 모든 전시를 관람하고서 2층 전시장에 마련된 투표 공간에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답니다. 입장 시 투표 용지를 나눠주는데, 단 한 장만 제공하기 때문에 잘 보관하는 게 좋겠어요. 어린이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이번 전시를 함께 둘러볼까요?
# 소소한 일상과 상상력의 만남
소소한 일상에 상상력을 더하면 한 권의 그림책이 탄생되는데요. 평소 무심코 떠올린 엉뚱한 생각 역시 기발한 작품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1층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자유 주제'와 '글이 없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여섯 가지 이야기들이 바로 이런 엉뚱한 생각들이 기발한 이야기로 이어져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장에 들어서자 바닥에 새겨진 까치 발자국과 페퍼로니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전시의 콘셉트가 '보물찾기'인 것처럼 전시장 각 섹션마다 작품과 관련된 보물찾기의 힌트가 숨어있는데요. 전시장에 들어서게 된다면 바닥과 들려오는 소리를 잘 살펴 보시길!
유년 시절에 빠진 이빨은 어디로 갔을까요? 육월식 작가의 <모든 이빨 연구소>는 이런 사소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그림책입니다. 유치가 빠진 주인공 '주현'이가 잃어버린 유치를 늙고 약해진 애완 토끼 '예예'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이빨 요원인 까치 '치치'와 함께 '모든 이빨 연구소'로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는데요.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한국화 그림이 돋보이며, 이빨과 관련된 상식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에게 새 이빨을 가져다주는 한국의 까치처럼 세계 곳곳에도 마찬가지로 '이빨 요원'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느껴졌답니다.
<엉뚱한 피자모험 이야기>의 이세림 작가는 수달인 '호기' 가족이 '절대 끊어지지 않는 피자'를 타고 우주까지 모험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피자를 잡아당기면 주욱 늘어나는 치즈에서 영감을 받은 더미북은 종이를 길게 이어 붙인 스크롤북 형태로 제작됐는데요. 아무리 잡아 당겨도 좀처럼 끝은 보이지 않고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더미북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웃음이 절로 나온답니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발판에 올라가서 더미북을 꼭 감상해보세요. 주인공 '호기'가 절대 끊어지지 않는 피자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떠올려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일 듯해요.
우리가 사는 세계와 똑같은 혹은 비슷한 세계가 존재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신기한 '홀'을 우연히 발견한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차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조수경 작가의 <홀>을 보면 이런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듯해요. 2차원, 4차원, 우주, 시공간이 뒤섞인 듯한 풍경을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정교하게 제작한 페이지는 감탄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는데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주인공처럼 책 속의 '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은 오직 그림만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데요. 글이 없기 때문에 더욱 나만의 열린 상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보다 폭 넓은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수 있죠. '글이 없는 그림책' 섹션에서는 작가 3인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축구 게임 인형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혜 작가의 <플레이>, 인간에서 곰으로 갑자기 변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이수미 작가의 <파인드>, 색종이를 자유롭게 접어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게 되는 이세경 작가의 <접기> 등은 글이 없는 그림책 특유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데요. 한 장 한 장 쉽게 넘길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인 기획과 비주얼이 인상적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혹 하는 페이지가 자꾸 눈에 들어와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느긋하게 더미북을 감상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섹션의 관람 포인트!
# 기발한 상상력으로 완성하다
2층 전시장에는 '친구'와 '책의 본질' 두 가지 주제를 관통하는 작가 5명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친구' 섹션에는 자신만의 남다른 상상력과 해석이 더해진 다양한 '친구'가 등장하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엄선 작가는 <만타와 물고기>에서 도마에 놓인 물고기를 바다까지 데려다주는 아이의 여정을 잔잔한 글과 따뜻한 그림체로 풀어내고 있어요. 만만치 않은 여정 끝에 물고기의 뼈 조각만을 바다에 돌려보내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지키고 싶은 소중한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바다는 우리를 향해 수만 개의 손을 흔들며 끝없는 노래를 불러주었어", "그래 바다가 불러주던 노래를 기 억 하 니 ?" 등 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오기도 했답니다. 그림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영상도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친구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리라 작가의 <눈이 오면 열두 마리 생쥐들은>에서는 눈이 올 때만 만날 수 있는 친구인 '눈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생일 파티를 여는 열두 마리 생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소중한 친구를 기다리며 느꼈던 설렘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답니다.
'책의 본질'을 다룬 섹션에서는 책의 재료에 대한 질문, 본래 성질과 형태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손혜란 작가, 이경미 작가, 이희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죠.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바로 이것! 이경미 작가의 <마음대로 기타>입니다. 작가는 '타조의 울음소리', '칫솔질 소리'와 같은 일상 속 소리들을 기타로 연주하면 어떨까 하고 상상했다고 해요. 상상 속의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기타의 목과 몸의 두 부분의 모양까지 그 소리에 맞춰 형태를 바꿨는데요. 퍼즐을 맞추듯이 취향껏 나만의 기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랍니다. 리드미컬한 기타 소리도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이뿐만 아니라 '세 시'라는 시간의 느낌을 시계와 집의 모양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표현한 손혜란 작가의 <세 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숲의 하루를 다양한 컬러의 필름지를 넘겨보는 이희은 작가의 <숲의 하루>도 만나볼 수 있어요. 두 작가들이 바라보고 표현한 다양한 주제와 상상력을 감상해보세요!
# 창의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체험 활동
이번 전시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각 섹션마다 체험 활동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 숨겨진 자아를 찾고 새로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 그래서인지 모든 섹션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어떤 체험 활동이 있을까요? '이빨 요원'을 그려보거나 나만의 피자 메뉴를 만들기도 하고, 거울을 통해 곰으로 변한 주인공의 기분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 색종이를 자유롭게 접어보면서 나만의 모양을 표현할 수 있고, 칫솔 모양의 기타를 손에 들고 연주하듯 멋지게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어요.
또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투표가 빠질 수 없을 텐데요. 투표 방법은 간단해요. 마음에 든 작가의 이름을 기억한 후 투표 용지에 도장을 찍어줍니다. 작품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까지 적었다면 작가 이름이 적힌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어주세요!
글로는 미처 담을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그림책. 그렇기에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각자 다른 개성과 상상력을 지닌 11명의 작가들의 작품들 역시 크고 작은 울림을 선사했는데요. 일상과 상상이 조우하는 이번 전시를 찾아 그림책과 함께 하는 즐거운 여정을 경험해보세요.
제 2회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Un-printed Ideas》展
기간 2019.12.19(목)~2020.03.08(일)
장소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람 시간 매일 10:00~19:00(입장 마감 18시, 매주 월요일 휴관)
휴점안내 판교점 1.24(금)~1.25(토)
입장료 6천 원(성인, 아동 동일), 만 3세 미만(36개월) 어린이 무료 입장
문의 031-5170-3700, www.hmok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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