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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현대백화점이 휴양지로 변모했습니다. ‘후이 후이 마후이*’란 타이틀 아래 로스앤젤레스 출신 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 Steven Harrington’과 함께 드넓은 바다와 이국적인 풍경을 구현했는데요. 그의 상징적인 캐릭터인 ‘멜로Mello’, ‘룰루Lulu’가 하와이의 섬 ‘마우이’로 바캉스를 떠난 모습이 전점 곳곳에 구현됐습니다.

*하와이어로 ‘마후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여름 바람’이라는 뜻.

 

 

특히 판교점 9층에서 10층을 잇는 보이드 공간에는 8m 높이의 대형 조형물을 비롯해 레진, 풍선, 그래픽 설치, 백화점 전면의 윈도우 페인팅까지 다양한 매체로 구성한 전시가 열리는데요. 그의 작품은 관객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웃음을 자아내며, 때로는 깊은 사유를 이끕니다. 아름답기만 한 이미지를 넘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어요. 유쾌한 그래픽 이면에는 불안과 잠재의식,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교차합니다. 그래픽이란 언어로 일상의 영감을 풍부하게 만드는 스티븐 해링턴 작가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면면을 들어 봤습니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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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해링턴 Steven Harrington

 

 

1979년 로스앤젤레스 출생. 회화와 판화, 조각에 이르기까지 캘리포니아의 팝 미학이 가미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색채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기반으로, 캐릭터 기반의 작업을 전개한다. 국적과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작가의 작품 속 멜로와 룰루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이 두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또 각각의 특징도 소개해 주세요.

처음에는 무의식중에 자꾸 사람 형태를 그리게 되더군요. 그런데 반복할수록 인종, 피부색, 종교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와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멜로와 룰루입니다. 멜로는 제 잠재의식 같은 존재입니다.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타인을 의식한다는 인간 심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룰루는 자연의 형태에서 출발했습니다. 룰루는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진화하는 캐릭터입니다. 두 캐릭터가 함께 있을 때, 마치 서로 대화를 나누며 세상을 여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만화전 그래픽 스타일이 강력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 작가님의 작업은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 불안, 잠재의식, 성찰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반된 요소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만화적 그래픽 스타일이 강력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관객을 먼저 끌어들이는 도구로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더 깊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습니다. 요즘은 개인적인 불안, 환경 문제 같은 것도 많이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오게 하고, 그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있어요.

 

─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픽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은 2D 그래픽부터 조각, 대형 설치 작업까지 다양한 소재와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지요. 평면에서 입체 작업으로 확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평면적인 작업에 끌렸습니다. 처음에는 2D가 익숙했고, 그걸로 충분히 재미를 느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입체로 변형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작업에 시도해 봤어요. 공간감, 부피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평면을 입체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훨씬 더 다양한 크기와 소재, 디자인으로 작업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죠. 평면을 입체로 만드는 과정은 저의 영감을 자극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 지난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개인전에 이어, 이번엔 전통적인 전시 공간이 아닌 곳에서 작업을 선보이셨습니다. 8미터에 달하는 대형 설치 작업도 인상적인데요. 어떤 점이 새로웠나요?

그동안 갤러리, 미술관 같은 공간에서 작업했지만, 저는 항상 ‘더 많은 사람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누구나 미술 교육을 받거나 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깊었던 건 아니었잖아요. 환경과 상황을 떠나 누구나 일상에서 제 작품을 쉽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현대백화점 팀과의 협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요?

현대백화점 팀과의 작업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늘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어떤 팀을 만나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모두가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제가 새로운 걸 시도하도록 도와줬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작업이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현재 상황을 떠나
누구나 일상에서 제 작품을 쉽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작업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풍선이라는 매체 자체가 저에겐 아직 신선한 도전이었습니다. 야외에서 조형물을 만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실외는 바람, 날씨 같은 변수들이 많지만 이번엔 실내에서 서있는 형태의 풍선을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멜로에게 옷을 입힌 것입니다. 평소 멜로는 흑백의 미니멀한 모습인데, 이렇게 큰 조형물에 의상을 입히니 캐릭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았습니다.

 

 

─ 전시 공간에 조각 형태의 시리즈도 함께 구성하셨는데, 이 작업은 어떻게 완성되었나요?

패키지를 볼 때도 늘 조각처럼 인식하곤 합니다. 형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어서인지, 이번 작업에서도 그 시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죠. 현대백화점 팀이 이 부분을 훌륭하게 구현해주셨습니다. 관객의 시선이 작품의 형태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그 흐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구성했거든요. 또 제 그래픽 스타일과 현대의 전통적인 그래픽 언어가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면서 생기는 대비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름, 휴가, 떠남이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LA에서 자라서 해변이 일상이었습니다. 늘 햇살이 있고, 색을 과감하게 쓰고, 주변의 환경을 즐기는 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 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작업실에만 너무 오래 있으면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로만 끝나는 느낌이 들더군요. 가끔은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그 에너지를 다시 스튜디오에 가져와야 새로운 작업이 나옵니다. 그게 저에게 떠남의 의미입니다.

 

 


 

작품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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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패턴에서 발견하는 만화적 발상

 

 

8m 높이의 에어벌룬 신작 <마우이 멜로>는 밝은 옷차림을 한 멜로가 히비스커스를 든 포즈로 등장합니다. 작가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꽃 모티프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자연의 치유력과 감각의 회복을 상징합니다. 과장된 연출 없이 대칭적이고 만화적인 방식으로 단순화된 이 표현은, 하와이에서 자생하는 히비스커스를 무심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며 해링턴 특유의 유머와 조형 감각을 드러냅니다.

 

Point 2. 소재의 다채로움을 담은 작품

 

 

매체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구성 레진, 풍선, 패키지 형태의 조각 등이 한 공간 안에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입체적으로 이끕니다. 평면과 입체, 컬러와 질감이 어우러진 이 구성은 스티븐 해링턴의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경험하게 합니다.

 

Point 3. 거대한 캔버스가 된 윈도우

 

 

윈도우를 수놓은 도시 속 휴양지의 풍경 백화점의 전면 창이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햇살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마다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합니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잠시 멈춰 서서 여유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창 밖의 휴가를 선사합니다.

 


 

 

📍장소: 현대백화점 판교점 9-19층

🗓️기간: 2025.06.27 ~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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