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3일부터 8월 20일까지 야수파의 거장이자 집필가인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국내 첫 단독展이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답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는 20세기 초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를 이끌었던 숨겨진 유럽모던아트의 거장이죠.
쏟아질 듯한 표면, 강렬한 필치, 중후한 색채와 폭풍 같은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리지널 원화작품과 함께 ‘미디어 체험관’을 통해 보다 다채롭게 전시회를 즐기는 하이브리드 전시입니다.
현대백화점은 2009년부터 프리미엄 문화콘텐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대백화점 SUPER STAGE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세계 유명 아티스트의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로 사랑 받았던 만큼, 이번 전시도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예술의전당 장윤진 큐레이터
이 번 취재에서는 전시회를 더욱 알차고 즐겁게 경험하실 수 있도록, 전시 정보는 물론,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인 예술의전당 장윤진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시에 관한 숨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대표작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장윤진 큐레이터: 모리스 드 블라맹크는 야수파의 거장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 대표작을 꼽자면,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 실린 <빨간지붕>과 <눈 덮인 마을>을 소개 드리고 싶어요.
빨간 지붕(Les Toits rouges) 1908, oil on canvas, 79 x 92cm
장윤진 큐레이터:<빨간지붕>은 1907년경에 열린 세잔의 회고전은 당시 야수파 화가들의 전향에 중요한 지표가 되었어요. 1908년, 표현의 중심축이, 거칠고 뜨거웠던 '색채파괴'에서 주지적이고 냉정한 '분석중심의 구도'로 옮겨지게 되었죠. 당시 가장 야수적이었던 블라맹크 역시 세잔에게 영향을 받아 기존과는 다른 화면구성을 보이기 시작해요. 구성은 세잔의 방식을 따랐지만, 색채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했다는 것이 특징이죠. <빨간 지붕>에서는 선명한 흰색과 그것을 받쳐주는 청색으로 화면을 조화롭게 구성되었는데요. 블라맹크는 흰색을 즐겨 사용하면서 다른 화가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러한 흰색의 존재는 블라맹크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견고한 화면구성과 풍경의 소재가 더해져 블라맹크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눈 덮인 마을(Village sous la neige)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cm
장윤진 큐레이터:<눈 덮인 마을>은 한눈에 보시기에도 거칠고 자유분방한 필치와 암울한 색채의 조화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격양된 화면 속 세계는 블라맹크가 이룬 또 하나의 성취로 평가 받습니다. 매서운 흰 물감을 두텁게 화면에 올려 어두움과 대조적으로 묘사했는데요. 이것이 블라맹크가 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내면 속 풍경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림 속 흰 눈의 신랄한 화려함과, 어두운 하늘의 강력한 대조를 이루는데요. 이것을 통해 블라맹크는 본능과 이성, 불안한 삶 속에서도 차오르는 열정의 교차되는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블라맹크에게 반항과 카타르시스의 도구인 동시에, 자아항쟁의 도구이기도 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보시면 더 깊이 있는 관람이 되실 거예요.
Q: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와 일본 미술관의 소장 작품부터 개인 컬렉터, 블라맹크 가족들이 처음 공개한 작품까지.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블라맹크의 회화 총 80여 점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세계 최초 처음 공개되는 미공개 작품도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장윤진 큐레이터: 네, 맞습니다.(웃음)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은 총 3점이 있는데요. 지금껏 단 한 번도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이라 관객들께서도 주의 깊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을 소개하신다면요?
장윤진 큐레이터: <사일로>, <범선>, <어선의 귀환.브르타뉴> 3개의 작품입니다. 그 중 2가지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드릴게요.
사일로(Le Silo) 1950, oil on canvas, 54.2 x 73cm
장윤진 큐레이터:<사일로>는 1950년 작품으로 이 작품의 제작 당시 반 고흐를 포함한 프랑스의 많은 화가들은 남프랑스 지역의 황금물결과도 같은 밀밭을 보면서 장대한 자연에 대해 압도함을 느꼈어요. 블라맹크 역시 밀밭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며 그 경이로움을 화폭에 담고자 했는데요. 날씨에 의한 하늘의 끝없는 변화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는 블라맹크의 벅차오르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죠. 이러한 풍경을 바라보며 블라맹크가 느꼈던 떨림과 피부로 느껴지는 햇살과 바람, 감정들을 강렬하고 생동감있게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블라맹크는 말년에 여러 밑밭풍경을 남기게 됩니다.
범선(Barques) 1937, oil on canvas, 54 x 65.2cm
장윤진 큐레이터:<범선>은 전체적으로 푸른 색이 압도해 나가는 화면구성과 역동적인 바다와 검은 구름이 흐르고 있는 웅장한 하늘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마치 진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인데요. 구도적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의 공간에 앞쪽으로 보이는 배가 무게감과 안정감을 더해줍니다. 작품을 그릴 당시 라 투릴리에르에 정착한 블라맹크는 장엄한 바다의 풍경을 그린 많은 해양화를 선보였습니다.
주변 풍경과 사물에서 소재를 찾는 블라맹크의 작품 특징이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Q 회화작품 옆에는 작품명과 함께 글귀가 새겨져 있던데… 어떤 의미가 있죠?
장윤진 큐레이터: 블라맹크는 화가인 동시에 집필가로서의 역량도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전시에서도 보시면 그의 회화작품 옆에 다양한 문장과 글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문장과 글귀들은 살아생전 소설, 시, 회고록을 남기며 활발한 집필활동을 한 블라맹크의 글이 소개된 것이지요. 회화작품과 글을 함께 소개하는 점 또한 블라맹크 전시회 사상 ‘세계 최초’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세계최초로 블라맹크의 문학작품과 함께 소개되는 전시회
장윤진 큐레이터: 작품을 감상한 후, 문장을 읽다 보면 작품과 주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와 작품에 더욱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지요.
Q. 그의 예술 세계와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유언 전문은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는데요. 또 하나 직접 관람하면서 느낀 울림이 있었던 것이 작품에서 금방이라도 물감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했을까요?
장윤진 큐레이터: 프랑스의 마을을 그린 풍경화를 한 번 보시겠어요? 마치 거리에 유화 물감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 같지 않나요? 이처럼 드라마틱한 필치와 오묘한 색감을 ‘원화’로 마주하노라면 시선을 압도당하게 됩니다. 특히 블라맹크의 작품은 유화를 원화로 보아야 하는 이유를 증명한다고 할 정도로 마티에르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했어요. 블라맹크는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짜서 칠하는 실험적인 화면 구성을 선보였고, 그 덕분에 선명한 색채와 표면에서 쏟아질 것 마티에르(질감, matière)을 연출할 수 있었죠.
Q. 한 점 한 점, 작품을 두 눈으로 생생히 감상하면 ‘유화를 왜 원화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겠네요.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공간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나요?
장윤진 큐레이터: 회화 작품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특별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는 미디어 영상 체험관이 그것인데요. 주요 작품을 미디어로 재현한 영상이 3개의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화려한 색감의 영상들을 마주하니 좀처럼 눈길을 뗄 수가 없습니다. 특히 붓으로 화면을 톡톡 터치하면 작품이 채색되는 영상관은 관람객 사이에서도 꽤 입소문이 나있어요. 직접 화면을 칠하며 블라맹크의 작품을 완성하는 체험은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답니다.
장윤진 큐레이터: 관람객들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이곳 또한 놓치지 마세요! 블라맹크의 겨울 풍경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영상입니다. 화면 속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데요. 특히 한여름에 눈 내리는 마을을 걸어가는 느낌은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황홀함을 선사합니다! 원화 작품 감상과는 또 다른 여운을 느끼실 수 있으실거예요.
Q. 블라맹크의 숨결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요?
장윤진 큐레이터: 전시회장 입구에 마련된 아트샵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블라맹크의 작품이 새겨진 휴대폰 케이스, 노트, 파일 등 다양한 아트상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블라맹크의 작품과 그의 생애를 담아낸 도록에는 전시의 감동을 고스라니 담아냈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높습니다.
Q. 마지막으로 ‘모리스 드 블라맹크展’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께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장윤진 큐레이터: 현대백화점 SUPER STAGE ‘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은 올 여름 유일하게 열리는 회화 전시이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야수파의 진가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경험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여름날에 만나는 유럽의 겨울 풍경이 이채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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