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아이 입에서 “엄마, 여기 또 오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요. 놀이터도 아니고, 장난감 가게도 아닌데요. 바로 현대백화점 천호점 13층에서 열리고 있는 ⟪도쿄장난감미술관 서울 팝업⟫이에요.
엄마, 여기 또 오고 싶어
이번 전시는 일본 전역에서 14개의 미술관을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 중인 ⟪도쿄장난감미술관⟫이 현대백화점과 함께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상설 공간이라고 해요. 도쿄장난감미술관이 처음 문을 열었던 1984년, ‘사람이 처음 만나는 예술은 장난감이다’라는 철학 아래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는 그 철학과 공간 구성을 서울 안에 정성스럽게 구현해낸 덕분에, 작은 도쿄장난감미술관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와 미술관을 찾은 어느 주말, 우리는 ‘놀다 보면 배워진다’는 전시의 메시지를 몸으로 경험했어요. 손으로 만지고, 친구들과 나누고, 놀이 속에서 상상하고… 아이는 전시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채워졌답니다.
사람이 처음 만나는 예술은 장난감이다
나무 장난감, 사람, 공간이 만드는 따뜻한 경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하고 특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기둥과 벽, 테이블, 장난감까지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이곳은 단순히 ‘장난감을 전시한 공간’이 아니에요. ‘놀이를 통한 감성교육’을 실천해 온 일본 도쿄장난감미술관이 한국에 선보이는 첫 번째 해외 전시로,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나무 장난감부터, 아이들의 감각을 깨우는 창의적인 놀이 공간까지, 아이가 ‘주체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발바닥으로 나무 장난감의 감촉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놀 준비’를 하게 되죠. 입장과 동시에 원목 고유의 따뜻한 질감이 살아 있는 장난감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어요. 기차 세트, 목재 블록들이 펼쳐지고, 공간 모두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앉아 장난감을 만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포근한 쉼터가 됩니다.
한강을 형상화한
서울 팝업 공간
한편 일본 내 도쿄장난감미술관 14개점은 각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 디자인과 장난감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서울 공간 역시 서울이라는 지역의 상징을 품고 있습니다. 한강을 따라 자라는 나무 수종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물과 동선은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도시의 풍경을 형상화한 것이랍니다. 바닥 역시 서로 다른 색의 목재들이 한강의 물줄기를 형상화한 유선형으로 접합되어 있습니다. 도쿄에서 온 장난감이 서울의 정서 위에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지요.
관람 포인트 1
'놀이 선생님'이 함께하는 전시
이 미술관의 가장 특별한 점은 ‘장난감 선생님’들이 항상 전시실을 함께 지키고 있다는 것이에요.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아이가 놀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다툼이 생기면 중재하며, 어른들에게는 놀이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죠.
저도 아이가 작은 친구와 블록을 함께 쌓다가 무너졌을 때, 한 선생님이 “한 번 더 같이 쌓아볼까?” 하고 부드럽게 다가와 주셔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 그 따뜻한 말투가 계속 귓가에 남았어요.
관람 포인트 2
장난감도 ‘큐레이션’ 된다면?
이곳은 장난감이 예쁘게 놓인 전시관이라기보다, 아이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큐레이션이 돋보입니다. 특히 일본 작가들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나무 장난감들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하나하나 직접 만져보고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무엇보다도, 그 많은 장난감들이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 편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가 과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란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관람 포인트 3
화면 대신 장난감, 손끝에서 시작되는 시간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디지털 네이티브’지만, 그럴수록 아날로그 경험이 더 귀해지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눈을 아프게 하는 전자 화면도, 소란스러운 음향도 없어요. 대신 나무의 감촉, 바닥에 쿵쾅쿵쾅 울리는 아이들 발소리, 장난감이 구르는 소리가 전시장의 사운드트랙처럼 들립니다.
부모로서는 ‘이 조용한 소란스러움’이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미디어 과잉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진짜 ‘디지털 디톡스’ 공간이라서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관람 포인트 4
나무와 사람이 연결되는 놀이 철학
플라스틱과 달리 나무는 만졌을 때의 온기, 향, 소리까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재료입니다. 단순한 형태의 장난감이지만, 그 안에 성이나 집, 세상을 상상하며 아이의 놀이가 피어나지요.
이곳의 장난감들은 일본 전역의 작가들이 수제작한 것으로, 자연 소재의 매력을 살린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전시에는 일본의 ‘목육木育’ 철학이 자연스럽게 스며있고, 아이가 나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자라납니다.
“이건 어떤 나무일까?”, “어디서 왔을까?” 하는 대화가 이어지며, 놀이가 교육이 되고 감성이 자랍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이 처음 만나는 예술은 장난감이다”라는 말이 이 공간에서 더 깊이 다가옵니다.
관람 포인트 5
어른과 아이가 함께 자라는 놀이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도 이 전시의 매력이에요. 어른과 아이가 ‘구분 없이’ 들어가는 놀이터에서, 부모 역시 하나의 플레이어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어른과 더 깊은 눈맞춤을 하고, 어른은 아이의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죠.
특히 블록을 함께 쌓거나, 공을 굴리며 협력하는 놀이에서는 아이보다 더 몰입한 부모도 많았어요. “아, 나도 이렇게 놀고 싶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전시입니다.
도쿄장난감미술관의 호시노 타로 부관장은 “일본, 한국, 미얀마, 미국 어디서나 장난감과 놀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웃음을 피어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 어디서든, 놀이를 통해 가족 간의 정서가 연결된다는 믿음이 이번 서울 전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죠.
전시장 안, 나무 장난감 나라가 열렸어요
아이와 손잡고, 하나씩 공간을 여행해볼까요?
1 역할 놀이터
초밥집을 닮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요리사, 손님이 되어 자유롭게 역할 놀이를 해볼 수 있어요. 나무 초밥과 식판, 찻잔 같은 소품까지 섬세하게 준비되어 있어, 상상력이 쑥쑥 자라는 공간입니다. “주문하신 연어초밥 나왔습니다!” 귀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2 쌓기 정원
다양한 나무 블록을 마음껏 쌓아보는 공간이에요. 균형을 잡으며 하나씩 올리는 과정에서 공간감과 집중력이 절로 생겨나죠. 특히 이곳은 아빠들이 더 진지해지는 공간이기도 해요. 아이보다 더 몰입하신 분들을 몇 분 봤답니다.
3 교감 놀이터
아이와 어른이 나무 장난감을 매개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에요. 나무 공을 굴리고, 손잡고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게 되는 순간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서툴지만 서로를 기다려주는 시간 속에서, 아이와 한 뼘 더 가까워지는 교감의 시간이 되었답니다.
4 카프라 광장
수많은 나무 조각으로 마음껏 입체 구조물을 쌓아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정사각형도, 탑도, 터널도… 아이 상상력대로 쌓고 무너뜨릴 수 있어서 몰입도가 아주 높아요. 혼자서도, 친구들과도 놀이가 가능하고, 손의 섬세한 움직임과 공간감을 기르기에도 좋은 시간이었어요. 집중해서 나무를 쌓는 아이 모습에 괜히 엄마 마음도 뿌듯해지는 그런 순간이었죠.
5 아기나무 숲(0~2세)
오감을 발달시킬 수 있는 영유아 전용 공간이에요. 부드러운 매트 위에서 기거나 앉아 놀 수 있고, 손으로 잡기 좋은 크기의 안전한 나무 장난감들이 가득해요. 육아 초기라 어디든 조심스러웠던 엄마로서, 이 공간은 참 고마운 배려처럼 느껴졌습니다.
6 감각 놀이터
아기자기한 나무 장난감이 가득한 이 공간에서는, 아이가 손끝으로 만지고 탐색하며 자연스럽게 소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어요. 다양한 질감과 형태를 가진 장난감들은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고, 아이의 호기심을 천천히 깨워줍니다. 다른 공간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잠시 쉬어가거나 집중력을 기르기에도 참 좋았어요.
7 나무 촉감 놀이터
부드러운 활엽수로 만든 원목 에그 풀장, 나무 미로, 미니 볼링, 낚시터까지… 아이들이 손과 발, 온몸을 써가며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이에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직접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되죠. 특히 나무 특유의 따뜻한 촉감 덕분에, 아이들의 표정도 한층 더 편안해 보였어요.
8 소꿉장난 놀이터
작고 정겨운 아날로그 장난감들로 가득한 소꿉놀이 공간이에요. 주방놀이부터 마트놀이까지, 아이들이 직접 요리하고 계산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죠. 수제 나무 장난감의 따뜻한 감성이 아이들의 놀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할극과 상황극을 펼치며 창의력과 사회성도 자라나는 공간이에요.
아이와 오랜만에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놀고 싶을 때,
조용한 나무의 시간 속으로
장난감이 아이의 예술이 되고, 나무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 있는 미술관이었습니다.
주말에 아이 데리고 있으면 하루가 참 길고 어딜 가기도 부담스럽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니, 아이도, 저도 웃으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아이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엄마, 나 여기 또 오고 싶어!” 했을 때,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아이와 오랜만에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놀고 싶을 때, 조용한 나무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도쿄장난감미술관 서울 팝업'은 그런 하루에 딱 어울리는 곳이랍니다. 따뜻한 감촉의 장난감과 아늑한 공간 속에서, 하루만 천천히 놀아보는 건 어떠세요?
전시 정보 전시 기간 | 2025년 9월 26일~ 장소 | 현대백화점 천호점 13층 문화홀 대상 | 만 0~12세(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 *보호자 1인 동반 필수 운영 시간 | 11:00~20:00 이용 요금 | 아동 13,000(평일) / 15,000(주말) / 성인 4,000원 * 현대백화점 또는 H.Point 앱 회원 할인혜택 별도 적용 입장 방법 | 현장 예매 또는 네이버 예약 (※ 평일/주말 회차제로 운영) 체험 워크숍 | 사전 신청 또는 현장 확인 (회차별 운영) 문의 | 현대백화점 고객센터 또는 공식 인스타그램 @tokyotoymuseum_seoul_pop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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