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그려지는 문화와 예술의 궤적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변광섭 대표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를 마무리한 청주의 초정에서 나고 자랐다. 그에게 청주는 언제나 자부심이었다. 그런 그의 손을 거쳐 청주에 유의미한 궤적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국제공예비엔날레, 문화제조창, 동부창고까지. 청주는 세계 시민들의 즐거운 가능성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곳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그가 가슴속에 품어온 씨앗이 열매 맺기 시작한 것이다.
동부창고를 비롯해 청주에서 중요한 공간을 운영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을 이끌고 계시죠. 청주에 관한 대표님의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저는 청주에서 나고 자랐어요. 제가 태어난 곳은 세종대왕께서 다년간 머무른 초정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청주에 문화적 자긍심이 있어요. 초정약수(椒井藥水)는 세계 3대 광천수이고, 초정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를 마무리한 지역이에요. 청주는 그야말로 조선의 르네상스가 펼쳐진 곳이죠. 이런 청주만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 현대에도 이어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관심은 물론 사랑받는 청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재단에서 여러 일을 하고 있죠.
재단에서 운영하는 공간과 행사들은 워낙 많지만, 청주 역사를 말할 때 ‘동부창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1960~1970년대 일터라고 하면 시골은 논과 밭이 전부이고, 도시는 공장 단지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청주에도 큰 규모의 공장이 2개 정도 있었죠. 하나는 ‘대농방직’, 다른 하나는 ‘연초제조창’이었어요. 연초제조창은 1946년에 문을 연 이후로 담배를 생산하는 공장, 담배를 보관하던 창고로 활용되었어요.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서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산업화와 기계화로 더는 큰 공장이 필요 없어졌어요.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담배를 피우는 인구도 이전보다는 줄어들고요. 국가기관산업이라 국가에서 관리하다가 민간으로 넘어간 이후부터 10년간 방치돼 있었어요. 방치된 공장을 청주시에 매입한 건 2010년이에요.
그리고 이듬해에 이 공간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열었죠? 그렇게 본격적인 재생 사업이 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2011년, 방치되어 있던 공장 창고 건물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열면서 동부창고 공간은 물론 청주가 동시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문화제조창 본관 시설이 완공되고, 동부창고와 같은 시민예술공간, 예술교육공간, 첨단문화산업공간 등이 연이어 만들어졌죠.
동부창고는 아트팩토리로 탈바꿈했어요. 공간을 재생하며 가장 염두에 둔 점도 궁금해요.
대농방직은 동부창고보다 훨씬 규모가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죠. 단지 건축물 하나가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가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유럽의 사례를 봐도 공장이 기능을 다하면 공간은 방치되고 도시는 이내 쇠락해요. 공장을 문화 공간으로 특화해 재생한 곳을 아트팩토리라고 하잖아요. 사실 동부창고를 아트팩토리로 만들 때 청주 사람들도 반신반의했어요.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보기 싫다고 폐공장을 부순 뒤 아파트를 지으면 그게 과연 청주다울까요? ‘청주다움’을 고민하다가 그중 하나가 담배 공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과거에 충북 청주 일대가 담배 주 생산지였어요. 담배 농사를 많이 지었죠. 농사짓고 수확해서 여기로 가져오는 거예요. 생산해서 팔거나 수출도 하고요. 이 일대 농민들의 다수는 담배 농사를 지었고, 또 도시의 다수는 이곳에서 노동자로 일했어요. 여기서 최대 4천 명까지 일했으니까요. 이 안에 목공소, 식당, 목욕탕, 이발소까지 있었어요. 해외 17개국으로 담배를 수출했으니 윤택했죠. 그런데 제 운명을 다했다고 없애면 그들이 여기서 피와 땀으로 일구었던 경제적 노동의 가치가 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을 문화적으로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산업 유산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문화를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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