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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단단하게

 

 

저렴한 길거리 간식으로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온 어묵. 시장 골목 한편에 자리하던 어묵을 밝게 불 켜진 매장 안으로 들여오고, 포장지로 감싼 선물 세트로 상품화한 것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업체인 삼진어묵이다. 박용준 대표는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던 어묵의 본질과 가치를 이해하고 이어가는 일에 자신의 남은 생을 바칠 것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께서 ‘삼진식품 가공소’라는 이름으로 어묵 공장을 연 시기가 1953년이죠. 이후 30년 동안 지켜오던 공장을 부모님이 이어받아 다시 30년간 운영했고요. 어린 시절부터 어묵에 대한 추억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어묵 제조법을 배운 할아버지께서 봉래시장 입구 판잣집을 빌려 공장을 차리셨다고 해요. 그 공장 안에 있는 집에서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살았어요. 덕분에 어린 시절 기억은 모두 어묵과 관련되어 있죠. 집 안에는 늘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고, 주말이면 공장에서 들려오는 기계 소리에 깨어났고요. 공장에 일손이 모자라면 불려나가 일을 돕곤 했죠. 빨래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듯 재료 배합부터 포장, 청소까지 일을 가리지 않았어요. 수레나 트럭을 몰고 배달하는 일도 잦았고요. 제대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그렇게 계속 일을 도왔죠.

 

부모님의 사업을 이어받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뉴욕에 있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어요. 회계사를 목표로 공부에 몰두하던 중에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는 말을 듣고 갑작스럽게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집에 돌아와서야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죠. 일을 얼추 마무리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한 달 넘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오랫동안 일궈오신 공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이 일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건 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한국에 들어와 2011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삼진어묵에서 선보인 어묵 베이커리 매장은 어묵이 반찬을 넘어 간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쌓은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제가 묵었던 집의 주인분이 빵집을 운영했는데, 주말마다 함께 빵을 만들었거든요. 어묵과 빵은 재료를 반죽하고 가공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아요. 빵이 훨씬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빵집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떠올렸습니다. 빵집에는 늘 갓 구워낸 빵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고, 그곳에서 내가 먹을 빵을 직접 고르는 게 즐거움 중 하나잖아요. 어묵 베이커리에도 이 방식을 적용해 매장 한편에서 여러 종류의 어묵을 튀기고 진열해 손님들이 직접 쟁반에 담도록 유도했습니다. 어머니께서 3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한 아이디어기도 해요. 그동안 업체의 요구에 따라 어묵 형태나 포장을 다르게 구성해 납품해왔거든요. 손으로 직접 제각각의 어묵 제품을 만드는 일에 이미 익숙했던 거죠.

 

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무엇인가요?

꾸준히 사랑받는 건 어묵 고로케예요. 어묵 안에 재료를 넣고 감싼 다음 빵가루를 묻혀 튀기는데, 어묵이 특별하고 개성 있는 ‘식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 저희도 많은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핫바 형태의 어묵에 오징어, 치즈 등의 토핑을 얹은 어메이징바도 인기가 많고요. 사실 인기 제품뿐 아니라 모든 시도가 저희에게는 경험이자 자산이에요. 당시에는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프로젝트들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좋은 성과를 보이는 사례를 수없이 경험했거든요. 제품 개발과 상품 구성에는 특히 어머니께서 많은 역할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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